'제2의 삶' 찾아준 서울시 기술교육원…가업 잇는 父子, 청년에게 희망 전한 중장년

컴퓨터 프로그래머에서 소방시설 점검 보조원으로 ‘인생 2막’ 연 북부캠 교육 수료 중장년

최준규 기자 [email protected]
2025. 05. 08(목) 10:07
서울시 기술교육원 수료생 화제의 인물(5월 8일 어버이의 날을 맞은 가운데, 서울시 기술교육원 동부캠퍼스에서 건축 관련 교육과정을 수료한 이후 현재 가업으로 공방을 같이 운영하고 있는 남시정(58세, 사진 오른쪽), 남규호(28세, 사진 왼쪽) 부자(父子))
[시사토픽뉴스]5월 8일 어버이의 날을 앞둔 가운데, 서울시 기술교육원을 통해 제2의 삶으로 기술 명가를 꿈꾸는 부자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동부캠퍼스 건축인테리어과 수료생 남시정(58세)씨와 현대건축시공과 수료생 남규호(28세)씨다.

서울시는 산업 수요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고 구직을 희망하는 시민의 기술교육과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중부, 남부, 동부, 북부 등 4개의 기술교육원 캠퍼스를 운영 중이다. 특히, 수료생 중 취업대상자의 약 70%가량은 취업에 성공한 가운데, 이와 같은 기술인재 전문기관, 서울시 기술교육원의 진가를 먼저 알아본 건 아버지 남씨였다.

본래 보습학원 강사와 원장으로 23년간 일해왔던 남씨는 성적 중시의 교육 현장을 떠나 인생 2막에 하고 싶은 걸 찾던 중 어릴 때부터 남달랐던 손재주를 소소한 취미로 즐기기 위해 공방을 열었다. 이후 건축 현장과 목공 분야를 보다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점차 들면서 서울시 기술교육원 동부캠퍼스 하반기 야간 건축인테리어과에 지난 2020년에 입교했다.

남시정(58세)씨는 “서울시 기술교육원에서 제대로 된 배움과 교수님들의 도움 덕분에 교육 기간 중 거푸집기능사, 건축목공기능사, 건축목공산업기사 등 국가공인 자격증을 연거푸 딸 수 있었다”라며, “취미로 시작한 공방 활동이 이제는 실내 인테리어를 주 아이템으로 인생 2막을 함께할 사업체로 발전하게 됐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러한 아버지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같은 꿈에 물든 걸까? 대학 졸업 후 처음에는 공방 활동을 인생에서 경험해볼 하나의 체험 정도로 여겼던 아들 남씨도, 서울시 기술교육원 동부캠퍼스 현대건축시공과로 2023년에 입교했다. 아버지 남씨 또한, 아직 젊은 나이인 아들이 일단 배워보고 결정하는 게 좋다는 생각에 이러한 결정을 응원했다.

이후 자격증을 취득하고 점점 배움의 시간이 두터워지면서 아들 남씨 또한, 건축이 흥미를 넘어 자신의 천직임을 확신하게 되며, 아버지와 함께 기술 명가의 길을 꿈꾸게 됐다.

남규호(28세)는 “기술교육원에 들어가기 전에 아버지 일을 도와봐서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는데, 기술교육원에서 건축의 원리와 기초 등 기본기를 아예 처음부터 탄탄하게 채워줬다”라며, “기술인을 꿈꾸는 또래 친구들이 있다면 이곳에 와서 배워볼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어버이의 날을 맞아 부자(父子)간 서로 해주고 싶은 말에 대해 아들 남씨는 “아버지와 같은 일을 해나가는 것에 대해 주변 친구들도 부러워한다. 아버지와 쿵짝이 잘 맞아, 같은 작업물을 힘을 합쳐 완성했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라며, “같이 일하다 보면 가끔 제가 아버지께 툴툴거릴 때가 있는데, 그게 진심은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아버지 남씨도 “아들과 함께 공방을 운영하게 되어 든든하다”라고 화답했다.

끝으로, 아버지 남씨는 최근 취업 한파로 힘들어할 아들 또래의 청년들에게도 어버이의 마음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남씨는 “청년들에게 가장 말해주고 싶은 부분은 ‘배움’이다. 저 역시 여전히 배우고 있고, 그 끝은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배움의 연속 속에서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간파한다면 좋아하는 일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갈무리했다.

올해로 예순(60).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정년퇴직한 장원경(60세)씨에게 서울시 기술교육원을 알게 된 건 인생의 전환점이자 백세 인생의 나머지 40% 삶을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기도 했다.

지난 2023년까지 33년 동안 소위 잘나가는 여론조사회사, 리서치 회사에서 여론조사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통계분석업무를 수행하는 프로그래머로 살았던 장씨는 60세 가까이 가니 노안으로 더이상 젊을 때처럼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못하고 개발 속도도 떨어져 다른 길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고 답답해, 여기저기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뚜렷한 방향을 잡을 수 없었던 장씨는 그때 기술교육원 동부캠퍼스 조경관리과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조경기능사를 취득한 친구의 추천으로 나이 제한 없는 유망한 자격증인 소방설비기사를 알게 됐다.

이에 관련 기관을 검색하던 중 기술교육원 북부캠퍼스에 소방안전관리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지난해 입학지원서부터 제출하게 됐고,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기술교육원으로부터 꿈에 그리던 합격통지를 받았다.

물론, 합격 이후에도 6개월의 교육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방금 본 내용을 다음날이면 까먹을 정도로, 암기가 약하다 보니 때론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다. 하지만, 암기 대신 실습에 전념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교육원에서 시퀀스를 실습하고 집에 오면 도면을 복기하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 과정평가형 소방설비(전기)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소방점검회사로 취업에도 성공했다.

근무한 지 벌써 6개월이 지나 160개가 넘는 대상처를 점검한 장씨는 “교육원에서 배운 것이 실무에서 너무 도움이 됐고 사장님으로부터 ‘교육기관에서 교육받은 사람이 자격증만 딴 사람보다 훨씬 낫다’는 칭찬도 들었다”라며, “제2의 업종으로 환승하면서 자신감은 뿜뿜!! 요즘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장씨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한테 어버이의 마음을 담아, “백세시대 인생의 20%는 금방 지나갑니다. 단 한 개의 직업만 갖는 시대는 저문 만큼, 저와 같은 아버지뻘의 중장년도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제2의 직업을 다시 찾았습니다”라며, “청년 여러분도 자신이 즐거워하는 직종에 대한 경력을 최대한 많이 경험하고, 나머지 삶의 방향에 대한 설정 준비도 중간중간마다 꼭 챙겨 백세인생을 알차게 살아가길 바란다”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서울시 기술교육원은 가족 단위로도 기술을 배우고, 실제 창업과 가업 승계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실무 중심의 커리큘럼과 1:1 멘토링, 자격증 취득 지원, 취업·창업 연계 프로그램 등 다양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기술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올해는 디저트 브런치, 에너지 진단 설비, 전기공사 등 교육과정과 산업안전산업기사를 비롯한 SW 테스트 전문가, 요양보호사 과정의 훈련생 모집 규모를 늘렸으며, 상반기 동안 직업훈련 교육생 2,100여 명에 대한 교육이 진행 중이다.

하반기 훈련생 모집은 오는 7월 중 진행될 예정이며, 모집 일정 등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 기술교육원 누리집을 참고하면 된다.
최준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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